도자기는 흙을 빚어 만든다는 생각이 익숙합니다. 그런데 청송백자는 산에서 캐낸 흰 돌을 디딜방아로 곱게 빻은 뒤 물에 걸러 그릇을 만들었습니다. 번거로운 방법을 택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청송에서 좋은 백자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재료가 흙이 아니라 ‘도석’이라는 돌이었기 때문입니다.

청송백자축제
2026 청송백자축제 일정·장소

행사 기간 : 2026년 9월 11일~9월 13일, 오전 10시~오후 7시
행사 지역 : 경상북도 청송군
주요 행사장 : 청송백자 도예촌(청송군 주왕산면 청송백자로 36)
주최·주관 : 청송군·청송문화관광재단

→ 청송백자축제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입장료는 무료이며 일부 체험 프로그램은 유료입니다. 세부 일정과 장소는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흙처럼 보이는 흰 돌, 도석은 무엇일까?

청송백자의 주원료는 백토나 고령토가 아니라 도석입니다. 이름에 ‘돌 석(石)’ 자가 들어가듯 광산에서 덩어리 상태로 캐내는 광물질인데요. 그대로는 단단해서 물레에 올릴 수 없지만, 잘게 부수고 곱게 빻은 뒤 물에 풀어 불순물과 굵은 입자를 걸러내면 도자기를 빚을 수 있는 질이 됩니다.

청송의 도석은 화산 활동으로 쌓인 물질이 오랜 지질 작용을 거치며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웠을 때 밝고 은은한 색을 내고 높은 온도를 견디는 성질이 있어 백자 원료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청송백자가 새하얀 공업제품보다는 눈빛 또는 맑은 크림색에 가까운 빛을 띠는 것도 이 지역 도석과 관련이 있습니다.

▲ 위로

왜 청송에서는 백토 대신 도석을 사용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가까운 곳에서 질 좋은 도석을 풍부하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송백자 가마터 조사에서는 모두 48기의 가마터가 확인됐는데, 대부분 도석이 산출된 법수광산을 중심으로 반경 약 10km 안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무거운 원료와 땔감을 멀리 운반하기 어려웠던 시대에는 재료가 나오는 산과 가마의 거리가 생산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었습니다.

법수광산 주변에는 도석뿐 아니라 유약에 필요한 광물질과 가마를 땔 나무가 있었고, 노부천·주산천·가천과 여러 지류에서 작업에 필요한 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원료를 캐고, 씻고, 빚고, 굽는 과정에 필요한 자원이 한 지역에 모여 있었던 셈입니다. 청송 사람들이 일부러 흙을 버리고 돌을 선택했다기보다, 지역에서 얻은 재료의 성질을 알아보고 백자 제작법으로 발전시켰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 위로

단단한 돌을 어떻게 그릇으로 만들었을까?

광산에서 캔 도석은 먼저 망치와 정으로 작은 덩어리가 되도록 깼습니다. 이어 여러 사람이 대형 디딜방아를 밟아 가루로 만들었습니다. 흙을 바로 반죽하는 방식보다 원료를 준비하는 데 훨씬 많은 노동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빻은 가루를 곧바로 물레에 올린 것은 아닙니다. 가루를 물에 풀어 체로 거르는 ‘수비’를 통해 불순물과 굵은 입자를 제거하고, 가라앉은 질을 말리고 밟아 수분과 입자를 고르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꼬박밀기라는 반죽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성형할 수 있는 재료가 됐습니다. 즉, 돌덩이가 분쇄·수비·건조·반죽을 거치면서 손으로 빚을 수 있는 질로 바뀐 것입니다.

이 모든 작업은 ‘사기움’이라 부르는 움집 형태의 전통공방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원료 분쇄부터 성형과 시유까지 작업 동선을 짧게 배치한 청송 특유의 공간이었습니다. 도석이라는 까다로운 재료가 공방의 구조와 장인의 작업 방식까지 바꾼 셈입니다.

▲ 위로

도석은 청송백자의 모습과 쓰임을 어떻게 바꿨을까?

곱게 정제한 청송 도석은 그릇의 벽을 얇게 만드는 데 알맞았습니다. 완성된 청송백자가 얇고 가벼우며 맑은 유백색을 띠는 이유입니다. 오늘날에는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거친 뒤 약 1,250~1,300도의 고온에서 구워 강도를 높입니다.

청송백자는 왕실이나 관청을 위한 관요 제품보다는 민간에서 사용한 생활자기로 성장했습니다. 『임원경제지』에도 청송 지역의 특산물로 기록되어 있으며, 19세기에 제작 기반이 마련되고 20세기에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가볍고 실용적인 그릇은 장사꾼들의 등짐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1958년 무렵 알루미늄 그릇을 비롯한 공장제 생활용기가 보급되면서 전통 생산은 중단될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후 가마터 조사와 복원 사업을 거쳐 2009년 청송백자전수관이 문을 열었고, 지금은 전통 제작법을 계승하면서 현대 생활에 맞는 그릇도 만들고 있습니다.

▲ 위로

청송백자가 흙 대신 흰 돌에서 태어난 것은 특이함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법수광산의 도석과 주변의 물·나무·광물질을 활용해 생활에 필요한 그릇을 만들었던 지역 사람들의 현실적인 지혜였습니다. 청송백자의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 은은한 빛깔에는 청송의 지질환경과 이를 다루는 법을 익힌 장인들의 오랜 기술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사실 확인에 사용한 주요 공식 자료

  • 대한민국 구석구석 「청송백자축제」
  • 대한민국 구석구석 「청송백자전수관」
  • 청송백자전수관 「청송백자 역사·제작 과정」
  • 청송문화관광재단·청송백자전수관 공식 자료
  • 문화체육관광부 「2026 청송백자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