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가까워지면 방앗간은 평소보다 분주해집니다. 기계 입구에서 하얀 가래떡이 끊임없이 나오고, 한쪽에서는 떡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받아냅니다. 갓 뽑은 가래떡의 끝부분을 잘라 입에 넣으면 은은한 쌀 향과 말랑하고 쫄깃한 식감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가래떡은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이지만 왜 둥글거나 네모나게 만들지 않고 길게 뽑는지는 생각해 볼 만합니다. 가래떡의 긴 모양에는 떡을 만들고 사용하기 편리한 실용적인 이유와 함께 새해의 건강과 풍요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



길게 뽑아야 쓰임이 넓어집니다

가래떡은 찹쌀이 아닌 멥쌀로 만드는 떡입니다. 예전에는 멥쌀가루를 시루에 쪄서 안반 위에 놓고 떡메로 여러 번 친 다음, 떡 반죽을 조금씩 떼어 두 손바닥으로 굴리면서 길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 방앗간의 제병기를 이용해 일정한 굵기로 뽑습니다.

부드러운 떡 반죽을 긴 원통형으로 만들면 굵기를 일정하게 맞추기 쉽고 필요한 용도에 따라 자르기도 편합니다. 굵은 가래떡은 적당한 길이로 잘라 굽거나 조청에 찍어 먹을 수 있습니다. 조금 가늘게 뽑으면 떡볶이와 떡산적에 사용할 수 있으며, 굳힌 뒤 얇게 썰면 떡국떡이 됩니다.

가래떡의 긴 모양은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한 가지 떡을 여러 음식에 활용하기 좋은 형태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과거에는 찐 멥쌀가루를 치고 비벼 한 가닥으로 만들었으며, 오늘날에는 기계를 이용해 길게 뽑는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긴 가래떡에 담긴 새해의 바람

설날에 먹는 가래떡은 단순히 길게 만든 떡이 아닙니다. 끊어지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모습에는 가족이 아프지 않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무병장수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집안의 재산과 복도 가래떡처럼 계속 늘어나기를 바라는 소망도 함께 전해집니다.

가래떡의 하얀색은 묵은해의 좋지 않았던 일을 씻어내고 깨끗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길게 뽑은 가래떡을 적당히 굳힌 뒤 어슷하게 썰면 둥근 타원 모양이 됩니다. 옛사람들은 이 모습을 엽전과 닮았다고 생각해 새해에 재물이 풍족하기를 기원했습니다.

가래떡 한 줄에는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기고, 이를 얇게 썰어 끓인 떡국에는 풍요로운 한 해를 바라는 소망이 더해진 셈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모양 안에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바람이 알뜰하게 들어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식진흥원)


불린 멥쌀이 한 가닥의 떡이 되기까지

가래떡 만드는 과정은 멥쌀을 깨끗이 씻어 충분히 불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불린 쌀은 물기를 빼고 곱게 빻은 다음 소금과 물을 알맞게 더해 고루 섞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쌀가루를 시루에 넣고 푹 찝니다.

가래떡은 수분을 맞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물이 부족하면 떡이 거칠고 쉽게 갈라질 수 있으며, 반대로 물이 지나치게 많으면 반죽이 질어져 모양을 잡기 어렵습니다. 쌀의 상태와 쌀가루의 수분을 살펴가며 물의 양을 조절해야 합니다.

잘 익은 반죽을 충분히 치대면 거칠었던 조직이 고르게 이어지면서 표면이 매끈해지고 쫄깃한 식감이 생깁니다. 예전에는 안반 위에서 떡메로 반복해 친 뒤 손으로 길게 밀었지만, 요즘에는 방앗간 기계가 반죽을 치대고 눌러 일정한 굵기로 뽑아냅니다.

갓 나온 가래떡은 김이 오를 만큼 뜨겁고 매우 부드럽습니다. 그대로 잘라 먹을 때에는 이때가 가장 맛있지만, 떡국떡으로 썰기에는 지나치게 말랑합니다. 가래떡을 한김 식히고 하룻밤 정도 굳혀야 칼에 달라붙지 않고 일정한 두께로 썰 수 있습니다.


긴 모양에서 여러 음식이 시작됩니다

길게 뽑은 가래떡은 그 자체로 완성된 음식이면서 다른 음식을 만들기 위한 기본 재료이기도 합니다. 불에 구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간식이 되고, 가늘게 잘라 양념과 끓이면 떡볶이가 됩니다. 적당히 굳혀 어슷하게 썰면 설날 떡국에 들어가는 떡국떡으로 바뀝니다.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길게 뽑는 이유는 무병장수라는 상징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떡 반죽을 일정한 굵기로 만들고 필요한 만큼 잘라 다양한 음식에 사용하기 위한 실용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결국 가래떡의 긴 모양은 떡을 편리하게 만들고 나누어 먹던 생활 방식과 가족의 건강과 풍요를 바라는 설날 풍습이 만나 완성된 것입니다. 길고 하얀 가래떡 한 줄에는 쌀을 불리고 빻아 찐 정성과 새해를 잘 살아가고 싶었던 소박한 바람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