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을 만들다 보면 같은 쌀을 사용하고 같은 방법으로 작업했는데도 맛과 식감이 미묘하게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떡을 만들어왔지만 매번 완전히 똑같은 상태의 쌀을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계절이 바뀌고 쌀의 상태가 달라지면 만드는 사람도 그 차이에 맞춰 조절해야 합니다.

떡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지만 어떤 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크게 보면 멥쌀로 만드는 떡과 찹쌀로 만드는 떡이 있고, 두 가지를 섞어서 만들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래떡이나 절편처럼 다른 재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떡은 쌀 자체의 맛과 식감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런 떡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정 중 하나가 바로 쌀을 깨끗하게 씻고 충분히 불리는 것입니다.


쌀 불리는 사진

1. 멥쌀과 찹쌀에 따라 좋아하는 떡도 다릅니다

떡집에서 손님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마다 좋아하는 떡이 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래떡이나 절편처럼 멥쌀 특유의 식감을 좋아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쫀득한 식감이 강한 찹쌀떡 종류를 더 좋아하는 분도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찹쌀과 멥쌀을 적당히 섞어 만든 떡을 좋아하는 손님도 있습니다.

보통 떡집에서는 멥쌀로 만든 떡과 찹쌀로 만든 떡을 구분해서 안내합니다. 식감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쌀로 만들었는지를 알고 고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콩이나 견과류, 각종 고물과 앙금이 들어가는 떡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쌀에서 나오는 맛과 함께 고소하거나 달콤한 재료의 맛이 어우러집니다. 이것이 떡을 맛있게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가래떡이나 절편은 다른 재료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떡을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다소 심심하다고 느끼는 분도 있습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런 떡이 더 신경 쓰입니다. 다른 맛으로 보완하기 어려운 만큼 쌀 자체의 맛과 식감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2. 가래떡과 절편은 좋은 쌀에서 시작합니다

쌀의 맛이 그대로 드러나는 떡을 만들 때는 원재료부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품질이 좋은 국산 쌀을 사용하고 도정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쌀은 도정 후 보관 기간과 환경 등에 따라 수분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떡을 계속 만들다 보면 햅쌀이 나오는 시기에 쌀의 상태가 달라졌다는 것을 작업하면서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쌀의 상태가 달라졌다고 완성된 떡의 품질까지 매번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손님은 지난번 맛있게 먹었던 떡을 생각하고 다시 찾아옵니다. 만드는 사람은 원재료에서 생기는 작은 차이를 작업 과정에서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반죽을 할 때도 항상 똑같이 물과 소금을 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쌀가루와 반죽의 상태를 살펴봅니다. 필요하면 물의 양 등을 조절하면서 평소 만들던 식감에 최대한 가깝게 맞춥니다.

처음부터 이런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러 해 동안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쌀과 반죽의 작은 차이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일정한 맛의 떡을 만드는 데는 좋은 재료뿐 아니라 그 재료의 상태를 살피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3. 여름과 겨울, 제가 쌀을 불리는 시간은 다릅니다

좋은 쌀을 준비했다면 본격적인 떡 만들기는 쌀을 깨끗하게 씻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씻은 쌀은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담가 충분히 불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멥쌀과 찹쌀을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떡을 만드는 방식은 지역이나 떡집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실제로 작업하는 방법을 기준으로 하면 멥쌀을 찹쌀보다 더 오래 불립니다.

여름에는 멥쌀을 2시간 이상 불리고, 찹쌀은 1시간 이상 불립니다. 겨울에는 멥쌀을 3시간 이상 불리고, 찹쌀은 2시간 이상 불리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계절에 따라 시간을 다르게 잡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물의 온도와 작업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물이 차가워 여름과 같은 시간만 두었을 때 제가 원하는 상태까지 충분히 불지 않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만 시간을 맞췄다고 무조건 끝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간은 제가 작업하면서 잡아놓은 하나의 기준입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직접 쌀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몇 시간을 불렸느냐보다 떡을 만들기에 알맞은 상태까지 불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4. 일정한 맛의 떡을 만드는 것은 작은 차이를 맞추는 일입니다

떡을 오래 만들면서 느낀 것은 좋은 떡이 어느 한 과정만 잘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좋은 쌀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씻고 불리고 빻은 뒤 물과 소금의 양을 맞추고, 반죽하고 찌는 과정이 모두 이어져 하나의 떡이 됩니다. 어느 하나만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가래떡과 절편처럼 쌀의 맛을 그대로 느끼는 떡에서는 기본 과정의 차이가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콩이나 견과류, 고물, 앙금이 들어가지 않으니 결국 쌀이 가진 맛과 식감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쌀도 농산물이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완전히 같은 상태일 수는 없습니다. 햅쌀이 나오는 시기가 있고 계절이 바뀌면 작업 환경도 달라집니다. 만드는 사람은 그 작은 차이를 살펴 물과 소금의 양, 불리는 시간 등을 조절하면서 최대한 일정한 품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떡 만들기가 찜기에 올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쌀을 고르고 깨끗하게 씻어 물에 불리는 순간부터 이미 떡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멥쌀 2시간 이상, 찹쌀 1시간 이상, 겨울에는 멥쌀 3시간 이상, 찹쌀 2시간 이상. 이것이 제가 오랫동안 떡을 만들면서 정착시킨 기본적인 불림 기준입니다.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쌀을 직접 살피는 일입니다.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쌀의 상태를 살피고 그 차이를 조절해 최대한 일정한 맛의 떡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오랫동안 떡을 만들면서 쌓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