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명절이 다가오면 걱정부터 했습니다. 주문이 몰리기 시작하면 새벽부터 밤까지 떡을 만들어야 했고, 추석이나 설이 끝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되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명절이 조금 덜 바빴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그때가 생각납니다. 최근 몇 번의 명절을 보내면서 예전과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한창 바빠야 할 시간인데도 중간중간 일이 끊기고 잠깐씩 손이 비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가게만 그런가 싶었습니다. 장사를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고 경제지표까지 찾아보니 단순히 기분 탓으로만 볼 일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자영업이 힘든 이유


동네가 변하면서 떡집 손님도 달라졌습니다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장사를 하다 보면 동네가 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동네의 주택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에 빌라가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가게 앞을 지나다니던 동네 어르신들도 많았습니다. 시장을 다녀오다가 떡 몇 개를 사 가기도 하고, 집안 행사가 있으면 떡을 맞추러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주 보이던 분들이 한 분 두 분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서 오가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자연스럽게 가게에서 만들어 놓고 판매하는 떡의 양도 줄어들었습니다.

예전만큼 만들었다가는 남는 떡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떡은 일반 공산품처럼 며칠씩 진열해 놓고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당일 판매량을 예상해 생산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장사를 오래 했다고 해서 이런 변화가 무덤덤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예전의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혹시 우리 가게만 장사가 안 되는 걸까

매출이 줄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혹시 우리 가게만 그런가?’

그래서 가게에 쌀이나 재료를 납품해 주는 사장님들이 오면 한 번씩 물어봅니다.

“요즘 다른 가게들은 장사 좀 됩니까?”

여러 가게를 직접 돌아다니는 분들이니 현장 분위기를 저보다 더 잘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습니다. 다들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떤 날은 재료 사장님도 한숨을 쉬면서 요즘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 마음이 묘합니다. 우리 가게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되면서도, 다 같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결코 반가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6년 8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도 80.0으로 나타났습니다. 100보다 낮다는 것은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업체보다 그렇지 않은 업체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입니다. 다만 올해부터 이 조사에서는 소상공인이 제외됐기 때문에 자영업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숫자라기보다는 전반적인 중소기업의 경기 심리를 참고하는 지표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뉴스 속 경제와 가게에서 느끼는 경기는 달랐습니다

하루하루 떡만 만들며 살아오다 보니 사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뉴스에서 주가지수가 오르고 기업 실적이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막연하게 경제가 좋아지고 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장사를 하면서 직접 체감하는 경기는 달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는 것과 동네 사람들이 떡이나 외식, 간식에 사용하는 돈이 늘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경제 전체가 성장하더라도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 골목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 변화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 역시 최근 기준선인 100 아래에 머물고 있습니다. 7월에는 78.2였고 8월에는 80.0으로 조금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결국 뉴스에서 보는 경제와 가게 문을 열고 하루 동안 직접 마주하는 경제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장사를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모든 것을 경기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떡집은 원래 여름이 힘든 시기입니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떡이 빠르게 변질될 수 있어 판매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날씨가 더우면 떡을 찾는 손님도 줄어드는 편입니다. 휴가철이 겹치면 동네를 오가는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장사가 어렵다고 해서 모든 원인을 경기에서 찾는 것도 맞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름 비수기인지, 동네 인구가 변한 것인지, 소비가 줄어든 것인지 여러 가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저 역시 요즘은 무조건 많이 만드는 것보다 남는 떡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 판매량을 보면서 생산량을 조절하고 어떤 떡이 잘 나가는지도 조금 더 자세히 보게 됩니다.

몇 년 전 명절에는 너무 바빠서 몸이 힘들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간중간 일이 비는 시간이 생기면서 오히려 그 시절의 바쁨이 그립기도 합니다.

자영업자가 느끼는 불경기는 숫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이 줄어드는 모습, 매일 만들던 떡의 양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명절인데도 잠깐씩 손이 비는 순간처럼 장사를 하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경기가 안 좋다’는 말에서 끝내기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얼마나 팔았는지, 손님은 얼마나 줄었는지, 어떤 떡이 많이 남는지를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경기를 제가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가게에서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어쩌면 불경기일수록 매일 장사를 하면서 지나쳤던 작은 숫자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