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집을 오래 운영하다 보면 잘되는 떡집을 볼 때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저 집은 왜 잘될까?”

맛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대표 상품을 잘 만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억떡을 보면 단순히 떡을 맛있게 만드는 것만으로 지금의 성장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창억떡은 광주에서 시작해 지금은 지역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쉽게 주문할 수 있는 떡 브랜드가 됐습니다. 특히 호박인절미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떡을 냉동 제품으로 판매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창억떡을 보면서 주목하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좋은 떡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많은 양의 떡을 일정한 품질로 생산하고, 보관하고, 멀리까지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왔다는 점​입니다.



창억떡집 호박인절미



오래전 창억떡에서 일했던 분에게 들은 이야기

젊은 시절 제주도에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함께 일하던 분들 가운데 전라도에서 오신 분이 한 분 계셨는데, 광주 창억떡집에서 일하다 왔다고 했습니다.

그분을 통해 창억떡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세부 내용까지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인상 깊었던 것이 있습니다. 떡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계와 시설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분의 말로는 떡을 찌는 찜기를 비롯해 작업에 필요한 여러 기계와 도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냉동 시설에 관한 이야기도 기억납니다. 냉동 창고의 온도가 워낙 낮아 안에 들어갈 때는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물론 제가 창억떡에서 직접 근무하며 확인한 내용은 아닙니다. 오래전 그곳에서 일했다는 분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현재의 시설이나 운영 방식도 당시와 같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때는 저도 그저 시설을 잘 갖춘 큰 떡집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창억떡이 냉동 제품을 전국에 판매하는 모습을 보면 당시 들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오릅니다.

떡을 많은 양으로 생산하고 냉동해 유통하려면 눈에 보이는 제품뿐만 아니라 그 뒤를 받쳐주는 생산 시설과 보관 시스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떡의 약점을 냉동과 보관으로 해결했습니다

떡은 만든 직후에는 부드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굳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떡집에서 당일 생산·당일 판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동네 떡집이 판매 범위를 넓히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매장에서 바로 판매하는 것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소비자에게 떡을 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전국으로 판매하려면 떡을 언제 냉동할지, 보관하는 동안 품질을 어떻게 유지할지, 포장은 어떻게 할지, 소비자가 해동한 뒤에도 먹기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등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현재 창억떡은 호박인절미, 동부찰떡, 통팥찰떡 등 다양한 떡을 냉동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냉동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떡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떡집에서 구입한 떡을 그날 먹거나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냉동 제품은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한 만큼 꺼내 먹을 수 있습니다.

결국 ‘오늘 사서 바로 먹는 떡’에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먹는 떡’으로 소비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쉽게 굳고 보관하기 어렵다는 떡의 약점을 냉동과 유통 방식의 변화로 보완한 셈입니다.


전통 떡을 온라인에서도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창억떡의 성공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전통적인 떡을 완전히 새로운 음식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호박인절미나 동부찰떡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떡을 중심으로 하면서 포장과 보관, 판매 방법을 바꿨습니다. 소비자는 떡집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고, 받은 제품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떡집의 상권에도 영향을 줍니다. 일반적인 동네 떡집은 아무리 떡을 잘 만들어도 매장을 방문할 수 있는 손님을 중심으로 장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냉동 배송이 가능하면 광주에서 만든 떡을 서울이나 부산에서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온라인 판매 자체만은 아닙니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 것과 멀리 배송한 뒤에도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상태를 유지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생산, 냉동, 포장, 배송 과정이 함께 뒷받침돼야 전국 판매가 가능합니다. 제가 오래전 들었던 생산 시설과 냉동 창고 이야기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떡 한 개만 보이지만 그 한 개를 많은 사람에게 일정한 품질로 판매하려면 그 뒤에는 생각보다 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작은 떡집이 창억떡에서 배울 수 있는 성공 비결

창억떡이 유명해진 이유를 호박인절미 하나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팔리는 대표 상품도 중요하지만 그 상품을 일정한 품질로 생산하고 보관해 전국에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함께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작은 떡집이 대형 냉동 창고를 만들거나 당장 전국 배송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떡집마다 규모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적용하는 방법도 달라야 합니다.

오히려 우리 떡집에서 손님이 가장 많이 다시 찾는 떡은 무엇인지, 그 떡을 대표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지, 주문이 늘어나도 비슷한 품질로 계속 만들 수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손님이 떡을 구매하면서 느끼는 불편을 하나씩 줄여볼 수 있습니다. 포장을 바꿀 수도 있고 예약 주문을 편리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떡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보관 방법과 해동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젊은 시절 제주도에서 창억떡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시설이 좋은 떡집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오랫동안 떡을 만들고 나서 돌아보니 그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좋은 떡을 만드는 것과 좋은 떡을 계속 같은 품질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입니다.

창억떡이 동네 떡집을 넘어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이유 역시 맛있는 떡 하나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떡을 만들고 보관하고 판매하는 전체 과정을 오랫동안 함께 발전시켜 온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